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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게트는 왜 꼭 칼집을 낼까? 장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by 오븐앞사람 2026. 5. 24.

빵집에서 바게트를 자세히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길쭉한 표면 위에 사선으로 여러 개의 칼집이 나 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단순한 장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처음 보면 빵을 더 예쁘게 보이게 하는 디자인 요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바게트의 칼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오히려 빵이 제대로 구워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에 가깝다. 제빵에서는 이 과정을 스코어링(Scoring)이라고 부르며, 반죽이 오븐 안에서 어떻게 팽창할지 미리 설계하는 작업으로 여겨진다.

작은 칼집 몇 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발효와 압력, 열 전달, 식감까지 생각보다 많은 이유가 숨어 있다.

바게트는 왜 꼭 칼집을 낼까?
바게트는 왜 꼭 칼집을 낼까?

1. 빵은 오븐 안에서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부푼다

많은 사람들이 발효가 끝나면 빵 크기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반죽은 오븐에 들어간 직후 마지막으로 크게 팽창하는 과정을 거친다. 제빵에서는 이를 오븐 스프링(Oven Spring)이라고 부른다.

발효된 반죽 안에는 이미 효모가 만든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여기에 오븐의 높은 온도가 더해지면 반죽 속 가스와 수분이 빠르게 팽창한다.

효모 역시 높은 온도에서 활동을 완전히 멈추기 전까지 짧은 시간 추가 발효를 이어간다.

이 순간 빵은 생각보다 많이 커진다.

문제는 반죽 표면이다.

오븐 안에서는 겉면이 먼저 굳기 시작한다. 그런데 내부는 계속 부풀려고 한다. 이때 압력이 빠져나갈 출구가 없다면 가장 약한 부분이 갑자기 터질 수 있다.

실제로 칼집이 없는 바게트는 옆면이나 바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2. 칼집은 빵이 터질 위치를 미리 정해주는 출구다

바게트에 칼집을 넣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부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칼집은 쉽게 말해 빵이 부풀면서 열릴 공간을 미리 만들어두는 작업이다.

풍선에 작은 선을 그어놓고 그 부분만 터지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칼집이 있으면 내부 압력은 미리 만들어진 길을 따라 빠져나간다.

반대로 칼집이 없다면 압력은 가장 약한 곳을 찾는다.

그 결과:

  • 옆면이 터질 수 있음
  • 바닥이 갈라질 수 있음
  • 모양이 비대칭으로 변할 수 있음
  • 내부 조직이 균일하지 않을 수 있음

그래서 제빵사들은 굽기 직전 반죽 상태를 보고 칼집을 넣는다.

이 작업은 단순히 반죽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빵의 최종 모양을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3. 제빵사들은 칼집 각도까지 계산한다

흥미로운 점은 바게트 칼집이 단순히 몇 개 들어가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제빵에서는 다음 요소들을 함께 본다.

  • 칼집 각도
  • 깊이
  • 길이
  • 간격
  • 겹치는 정도

특히 바게트는 칼을 수직으로 넣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반죽 표면에 약 30~45도 정도 기울여 얕게 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유는 바게트 특유의 이어(Ear)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어는 구웠을 때 칼집 윗부분이 날개처럼 살짝 들리며 생기는 돌출 부분이다. 잘 만들어진 이어는 바게트 완성도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만약 칼집 각도가 너무 가파르면:

  • 단순히 위로 터질 수 있음
  • 이어 형성이 약해질 수 있음
  • 표면이 둥글게 벌어질 수 있음

반대로 너무 얕으면:

  • 압력이 충분히 빠지지 않음
  • 옆면이 터질 가능성 증가
  • 형태가 불규칙해질 수 있음

그래서 숙련된 제빵사는 발효 상태까지 고려해 칼집 깊이를 미세하게 조절하기도 한다.

4. 칼집 간격도 바게트 모양을 만든다

바게트를 보면 칼집이 일정하게 겹쳐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다.

칼집이 적절히 겹쳐야 팽창이 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간격이 너무 넓으면 여러 부분이 따로 열릴 수 있고, 너무 가까우면 반죽 힘이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제빵사들은 칼집 개수보다 반죽 길이에 맞는 균형을 더 중요하게 본다.

빵집에서 바게트마다 칼집 모양이 미묘하게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바게트의 칼집은 작은 선이 아니라 설계도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무늬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븐 속에서 반죽이 어떻게 팽창할지, 어디로 압력을 보낼지, 어떤 식감을 만들지 미리 정해두는 과정이다.

바게트 하나에도 발효, 압력, 온도, 수분, 기술이 함께 들어간다.

다음에 빵집에서 바게트를 보게 된다면 칼집도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생각보다 그 작은 선 안에 제빵사의 계산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출근과 발효 사이, 오늘도 우리가 몰랐던 빵 이야기를 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