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이라고 하면 대부분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먼저 떠올린다. 손으로 눌렀을 때 푹 들어가는 식빵, 크림이 가득 들어간 빵, 부드럽게 찢어지는 우유식빵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빵집에는 조금 다른 부류가 있다. 바로 바게트, 깜빠뉴, 치아바타 같은 하드계열 빵이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왜 이렇게 딱딱해?"
"이거 원래 이런 거 맞아요?"
사실 하드계열 빵은 부드럽지 않아서 실패한 빵이 아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폭신함보다 다른 매력을 목표로 만들어진 빵이다.
재미있는 건 이런 빵들이 이상하게도 한 입보다 두 입, 두 입보다 세 입 먹을수록 더 맛있어진다는 점이다.
오늘은 하드빵이 왜 씹을수록 맛있어지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하드빵은 처음부터 부드러움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하드계열 빵은 재료부터 다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부드러운 빵에는 버터, 우유, 설탕, 달걀 같은 재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재료는 빵을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반면 바게트 같은 하드계열 빵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는:
- 밀가루
- 물
- 소금
- 이스트
정말 단순하다.
재료가 적으니 맛도 심심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재료가 단순할수록 발효와 반죽 자체의 맛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긴 발효 과정을 거치면 밀가루 속 성분이 천천히 분해되면서 깊은 향이 만들어진다.
빵집에서 갓 나온 바게트 냄새가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드빵은 부드러움 대신 풍미와 식감을 선택한 빵인 셈이다.
오래 씹을수록 숨어 있던 맛이 나온다
하드빵은 씹는 시간이 길다.
처음 한 입 먹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질긴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더 씹다 보면 이상한 변화가 생긴다.
갑자기 고소함이 올라오고, 은은한 단맛도 느껴진다.
이건 기분 탓이 아니다.
빵 속 전분은 씹는 과정에서 침 속 효소와 만나 조금씩 분해된다. 그러면서 우리가 단맛처럼 느끼는 성분들이 생긴다.
그래서 하드빵은 빨리 삼키는 것보다 천천히 씹을 때 맛이 더 잘 느껴진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하드빵에는 두 가지 식감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다.
겉의 바삭한 부분은 크러스트(Crust), 안쪽 부드러운 부분은 크럼(Crumb) 이라고 부른다.
하드빵은 이 둘의 차이가 크다.
겉은 바삭하고 단단하지만 속은 촉촉하고 쫀득하다.
씹을수록 두 식감이 섞이며 재미있는 느낌을 만든다.
그래서 하드계열 빵은 먹는 행위보다 ‘씹는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보는 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드빵은 시간이 지나도 다른 매력이 생긴다
하드빵은 갓 구웠을 때 가장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방식으로 즐기기도 한다.
하루 지나면 겉은 더 단단해진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빵이 오래돼서 딱딱해졌네"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꼭 상한 건 아니다.
빵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 이동이 일어나고 전분 구조도 변한다. 이런 과정을 빵의 노화라고 부른다.
특히 바게트는 이런 변화가 빨리 나타난다.
그래서 빵집 사람들은 하드빵을 냉장고보다 실온이나 냉동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살짝 물을 뿌려 다시 구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어느 정도 살아난다.
빵집에서도 남은 바게트를 다시 데워 샌드위치나 브루스케타 재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딱딱해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몇 번 먹다 보면 하드빵 특유의 매력을 알게 된다.
아마 그래서 바게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부드러운 빵이 편안한 매력이라면, 하드빵은 씹을수록 천천히 알아가는 맛에 가깝다.
출근과 발효 사이, 오늘도 우리가 몰랐던 빵 이야기를 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