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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만드는 가루에도 성격이 있다

by 오븐앞사람 2026. 5. 31.

빵집에 가보면 식빵, 바게트, 통밀빵, 호밀빵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날 수 있다. 겉모습만 보면 색깔 정도만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용하는 가루부터 큰 차이가 있다.

특히 통밀, 호밀, 그리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밀가루는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 차이가 빵의 맛과 향, 식감까지 결정한다. 그래서 제빵사들은 어떤 빵을 만들 것인지에 따라 사용하는 가루를 신중하게 선택한다.

오늘은 빵을 만드는 대표적인 재료인 밀가루, 통밀가루, 호밀가루가 어떻게 다르고 왜 서로 다른 빵을 만들어 내는지 알아보자.

 

빵을 만드는 가루에도 성격이 있다
빵을 만드는 가루에도 성격이 있다


우리가 가장 익숙한 재료, 밀가루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밀가루는 밀알 전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밀은 크게 껍질인 밀기울(브랜), 영양분이 풍부한 배아, 그리고 전분이 많은 배유로 구성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흰 밀가루는 이 가운데 대부분 배유만을 분리해 곱게 제분한 것이다.

배유에는 전분과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밀 단백질은 물과 만나면 글루텐을 형성하는데, 이 글루텐이 빵의 골격 역할을 한다.

덕분에 밀가루로 만든 반죽은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잘 잡아두고 크게 부풀어 오른다.

우리가 먹는 식빵이나 바게트, 모닝빵, 크루아상 등이 비교적 가볍고 폭신한 식감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빵 현장에서는 빵 종류에 따라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을 구분해 사용한다. 이 역시 단백질 함량 차이에서 비롯된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강력분은 식빵이나 바게트에 사용되고, 단백질 함량이 낮은 박력분은 쿠키나 케이크처럼 부드러운 제품에 활용된다.


통밀가루는 왜 색이 진할까?

통밀가루는 일반 밀가루와 같은 밀을 사용하지만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흰 밀가루가 배유만 사용하는 반면, 통밀가루는 밀기울과 배아를 포함한 밀알 전체를 함께 갈아 만든다.

그래서 통밀가루는 색이 진하고 입자가 거칠다.

많은 사람들이 통밀빵을 건강한 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밀기울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배아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빵 관점에서 보면 통밀은 장점만 있는 재료는 아니다.

밀기울 입자가 글루텐 구조를 일부 방해하기 때문에 반죽이 일반 밀가루만 사용했을 때보다 덜 부풀 수 있다.

실제로 통밀 함량이 높은 반죽은 다루기가 까다롭고 완성된 빵의 부피도 다소 작게 나온다.

대신 일반 밀가루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깊은 고소함과 곡물 향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베이커리에서는 통밀 100%보다는 일반 밀가루와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풍미와 식감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다.


호밀은 밀과 전혀 다른 곡물이다

통밀은 밀의 한 종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호밀은 아예 다른 곡물이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성질은 상당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글루텐 형성 능력이다.

밀은 강한 글루텐을 만들 수 있지만 호밀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호밀가루만 사용하면 식빵처럼 높게 부풀어 오르는 빵을 만들기 어렵다.

대신 호밀은 특유의 진한 향과 묵직한 식감을 만든다.

독일이나 북유럽 지역에서 많이 먹는 호밀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색이 짙고 밀도가 높으며 씹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진다.

호밀은 수분을 오래 유지하는 특징도 있어 완성된 빵이 촉촉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워도우와 함께 사용되면 특유의 산미와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그래서 호밀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재료라기보다 독특한 맛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도 사랑받고 있다.


같은 빵도 가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제빵에서는 재료 하나만 바뀌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밀가루 중심의 반죽은 탄력이 좋고 발효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통밀이 들어가면 반죽은 다소 무거워지지만 곡물 특유의 풍미가 더해진다.

호밀 비율이 높아지면 식감은 더욱 묵직해지고 발효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제빵사들은 원하는 결과에 따라 가루 배합을 조절한다.

식빵이라면 부드러움을 위해 밀가루 비율을 높이고, 건강빵이라면 통밀 비율을 높인다.

유럽풍 하드브레드나 사워도우라면 호밀을 일부 추가해 풍미를 강화하기도 한다.

결국 좋은 빵은 특정 재료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재료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가루가 가장 좋은 선택일까?

많은 사람들이 통밀이나 호밀이 일반 밀가루보다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빵에서는 어느 한 재료가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을 원한다면 밀가루가 가장 적합하다.

고소한 곡물 향과 식이섬유를 원한다면 통밀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깊고 진한 풍미, 그리고 묵직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호밀이 매력적인 재료가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빵을 만들고 어떤 맛을 원하는지다.

그래서 제빵사들은 늘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목적에 맞게 선택한다.

빵집 진열대에서 통밀빵이나 호밀빵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제는 단순히 색깔만 다른 빵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는 서로 다른 곡물의 성격과 제빵사의 선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출근과 발효 사이, 오늘도 우리가 몰랐던 빵 이야기를 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