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라고 하면 보통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떠올린다. 그런데 사워도우를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종종 의문을 가진다.
"왜 이 빵은 약간 시큼한 맛이 날까?"
일반 식빵이나 바게트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산미가 사워도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어떤 사람은 그 풍미에 매력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낯설게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사워도우의 시큼한 맛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 답은 밀가루나 물이 아니라 반죽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미생물들에게 있다. 오늘은 사워도우의 맛을 만들어내는 효모와 유산균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사워도우는 살아있는 반죽이다
일반적인 빵은 상업용 이스트를 사용해 발효한다.
반면 사워도우는 밀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천연발효종, 즉 스타터(Starter)를 이용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반죽처럼 보이지만 스타터 안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존재는 효모와 유산균이다.
효모는 빵을 부풀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밀가루 속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내는데, 이산화탄소가 글루텐 구조 안에 갇히면서 반죽이 팽창하게 된다.
우리가 보는 빵의 기공과 볼륨은 바로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반면 유산균은 빵을 부풀리기보다 풍미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유산균은 발효 과정에서 다양한 유기산을 생성하며 사워도우 특유의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
쉽게 말해 효모는 빵을 키우고, 유산균은 빵의 맛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사워도우의 신맛은 누가 만드는 걸까?
사워도우 특유의 산미는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유기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젖산(Lactic Acid)과 초산(Acetic Acid)이 있다.
먼저 젖산은 요구르트나 김치 발효 과정에서도 발견되는 산이다.
산미가 비교적 부드럽고 둥글게 느껴지며 은은한 신맛을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고소하면서 약간 시큼하다"고 표현하는 사워도우는 젖산의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다.
반면 초산은 식초의 주성분이다.
젖산보다 훨씬 강하고 날카로운 산미를 가지고 있다.
사워도우에서 느껴지는 강한 신맛과 특유의 향은 초산의 영향이 크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사워도우의 시큼함은 유산균이 만들어낸 젖산과 초산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사워도우인데 왜 맛이 다를까?
재미있는 점은 모든 사워도우가 같은 맛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밀가루를 사용해도 어떤 빵은 부드럽고 은은한 산미를 가지는 반면, 어떤 빵은 강한 신맛을 가지고 있다.
그 차이는 발효 환경에서 비롯된다.
발효 온도의 차이
유산균은 온도에 따라 활동 방식이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환경에서는 젖산 생성이 활발해진다.
그래서 25~30℃ 정도에서 발효된 사워도우는 부드럽고 둥근 산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냉장 발효처럼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발효하면 초산 생성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그 결과 더욱 강하고 복합적인 신맛이 형성된다.
사워도우 전문점마다 맛이 다른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터의 수분도 맛을 바꾼다
사워도우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수화율이다.
수화율은 밀가루 대비 물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밀가루 100g에 물 100g을 사용했다면 수화율은 100%가 된다.
이 수분 함량 역시 미생물의 활동에 영향을 준다.
수분이 많은 스타터는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져 젖산 생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수분이 적은 스타터는 상대적으로 초산 생성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즉 같은 밀가루와 같은 스타터를 사용하더라도 관리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풍미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워도우 속에는 어떤 미생물이 살고 있을까?
사워도우 스타터는 단순히 효모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실제로는 수십 종 이상의 효모와 유산균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태계에 가깝다.
그중 대표적으로 알려진 유산균 중 하나가 Lactobacillus sanfranciscensis이다.
이 유산균은 사워도우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균주로, 밀가루 속 당분을 분해하며 젖산과 초산을 생산한다.
흥미로운 점은 효모와 유산균이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효모가 생성한 부산물이 유산균의 영양원이 되기도 하고, 유산균이 만든 환경이 효모의 생존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사워도우는 하나의 미생물이 만드는 빵이 아니라 여러 미생물이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천연발효종을 키우는 이유
상업용 이스트는 빠르고 안정적으로 발효가 가능하다.
반면 사워도우는 관리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많은 제빵사들이 천연발효종을 사용하는 이유는 풍미 때문이다.
효모와 유산균이 오랜 시간 발효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향기 성분과 유기산이 생성되고, 이것이 복합적인 맛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사워도우는 단순히 "신맛이 나는 빵"이 아니라 발효가 만들어낸 깊은 풍미를 가진 빵으로 평가받는다.

사워도우가 시큼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 발효했기 때문이 아니다.
반죽 속에서 살아가는 효모와 유산균이 서로 공존하며 다양한 발효 작용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젖산과 초산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효모는 빵을 부풀리고 유산균은 풍미를 만든다.
그리고 온도, 수화율, 발효 시간에 따라 같은 사워도우라도 전혀 다른 맛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먹는 한 조각의 사워도우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만들어낸 작은 발효의 세계가 숨어 있는 셈이다.
다음에 사워도우를 먹게 된다면 그 시큼한 맛이 어디서 왔는지 한 번 떠올려 보자.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의 긴 협업이 담겨 있다.
출근과 발효 사이, 오늘도 우리가 몰랐던 빵 이야기를 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