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를 처음 만들던 시절에는 쿠프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몰랐다.
사수가 바게트에 쿠프를 넣는 모습을 보면 그저 일정한 간격으로 빠르게 칼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속으로는 "생각보다 쉬운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분명 똑같이 쿠프를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븐에서 나온 바게트는 쿠프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겉면에는 칼로 그은 자국만 남아 있었고, 기대했던 귀(Ear)도 형성되지 않았다.
결국 제품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해 판매하지 못했고 직원들끼리 나눠 먹었던 적도 있었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쿠프는 단순히 칼로 선을 긋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반죽 상태를 읽는 경험과 오븐을 이해하는 기술이 담겨 있었다.

바게트에 칼집을 내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바게트를 보면 가장 먼저 표면의 칼집을 떠올린다.
길게 이어진 선은 바게트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다.
제빵에서는 이 칼집을 '쿠프(Coupe)'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 자르다, 베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쿠프를 넣는 가장 큰 이유는 반죽이 오븐 안에서 팽창할 때 원하는 방향으로 부풀어 오르게 만들기 위해서다.
바게트 반죽은 발효가 끝난 뒤에도 오븐에 들어가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크게 부풀어 오른다.
이를 오븐 스프링(Oven Spring)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반죽 내부의 수분은 증기로 변하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가스도 팽창하면서 내부 압력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만약 표면에 쿠프가 없다면 반죽은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 무작위로 터질 수 있다.
결국 바게트 옆구리가 찢어지거나 바닥이 터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쿠프는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고 빵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쿠프는 빵의 설계도와 같다
제빵사는 바게트를 굽기 전 쿠프를 통해 빵이 어디로 열리고 어떻게 부풀어 오를지를 미리 설계한다.
쉽게 말해 쿠프는 반죽에 의도적으로 만들어 둔 팽창 통로다.
오븐의 강한 열을 받은 반죽은 가장 먼저 쿠프가 있는 부분부터 열리기 시작한다.
그 결과 빵은 제빵사가 의도한 방향으로 균형 있게 부풀어 오른다.
반대로 쿠프가 잘못 들어가면 원하는 형태가 나오지 않는다.
너무 얕으면 충분히 열리지 않고, 너무 깊으면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각도 또한 중요하다.
전통적인 바게트는 보통 면도날을 약 30~45도 정도 기울여 쿠프를 넣는다.
이렇게 하면 굽는 과정에서 표면이 한쪽으로 들리며 '귀(Ear)'라고 부르는 특징적인 모양이 만들어진다.
좋은 바게트를 평가할 때 귀의 형성 여부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쿠프가 벌어지지 않는 이유
처음에는 쿠프가 벌어지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칼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작업에서는 조금 더 깊게 넣어 보기도 하고, 반대로 얕게 넣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칼집이 거의 열리지 않았고, 어떤 날은 지나치게 벌어져 모양이 무너졌다.
당시에는 칼질 실력만 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쿠프는 여러 요소가 함께 맞아야 제대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죽의 발효 상태, 성형 상태, 스팀의 양, 오븐의 상태까지 모두 영향을 준다.
같은 사람이 같은 칼로 쿠프를 넣어도 반죽 상태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제빵사들은 쿠프를 넣기 전에 반죽을 먼저 살펴본다.
칼집 자체보다 반죽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쿠프만 잘 넣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바게트는 스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작업 초반에는 스팀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쿠프를 나름 잘 넣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원하는 만큼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팀이 부족했던 날이 많았다.
오븐 안에 충분한 스팀이 형성되지 않으면 빵 표면이 너무 빨리 굳어 버린다.
그러면 내부 압력이 충분히 상승하기 전에 표면이 막혀 버려 쿠프가 제대로 벌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적절한 스팀이 공급되면 표면이 부드럽게 유지되면서 쿠프가 자연스럽게 열리고 오븐 스프링도 좋아진다.
그래서 좋은 바게트는 쿠프와 스팀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제빵사들이 귀(Ear)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
바게트를 오븐에서 꺼내면 가장 먼저 보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귀다.
귀는 쿠프가 적절하게 열리면서 생기는 얇고 바삭한 돌출 부분을 말한다.
물론 귀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바게트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발효 상태와 쿠프, 스팀, 오븐 스프링이 비교적 잘 맞아떨어졌다는 신호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처음으로 귀가 시원하게 형성된 바게트를 봤을 때가 기억난다.
그전까지는 칼집 자국만 남거나 옆구리가 터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븐에서 나온 바게트를 보고 처음으로 "아, 이번에는 제대로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왜 많은 제빵사들이 바게트를 꺼내자마자 쿠프부터 확인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왜 대부분 대각선으로 칼집을 넣을까?

전통적인 프랑스 바게트를 떠올리면 여러 개의 대각선 쿠프가 이어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바게트의 길쭉한 형태와 관련이 있다.
대각선 쿠프를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면 팽창이 길이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바게트 전체가 균형 있게 부풀고 내부 기공도 안정적으로 형성된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모든 바게트가 반드시 같은 형태의 쿠프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긴 일자 쿠프를 사용하는 아티장 스타일 바게트도 많고, 사워도우 계열 빵에서는 한 줄의 긴 쿠프로 개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모양이 아니라 팽창을 제어하는 기능이다.
쿠프의 본질은 장식이 아니라 빵이 가장 좋은 상태로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돕는 기술에 있다.
처음에는 나 역시 쿠프를 단순히 보기 좋은 장식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바게트를 만들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수가 하는 모습을 보고 쉽게 생각했다가 판매도 하지 못할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 본 적도 있었고, 쿠프가 왜 벌어지지 않는지 고민하며 반죽과 스팀, 오븐 상태를 다시 공부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칼집 몇 개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반죽 상태를 읽는 경험과 발효를 이해하는 지식, 그리고 오븐을 다루는 기술이 담겨 있다.
전통적인 바게트는 여러 개의 대각선 쿠프가 대표적인 형태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긴 일자 쿠프를 사용하는 곳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내가 일하는 업장에서도 대각선 쿠프보다 긴 일자 쿠프를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각선 쿠프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을 하면서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죽의 특성과 작업 방식에 따라 선택하는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모양으로 칼집을 넣었느냐가 아니라, 그 쿠프가 반죽의 팽창을 얼마나 잘 이끌어 냈느냐다.
다음에 바게트를 볼 기회가 있다면 표면의 쿠프를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그 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바게트가 가장 아름답게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만든 제빵사의 설계도일지도 모른다.
출근과 발효 사이, 오늘도 우리가 몰랐던 빵 이야기를 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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