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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대신 BS를 넣은 날, 찹쌀도넛이 알려준 것

by 오븐앞사람 2026. 6. 11.

반죽 파트에 배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찹쌀도넛 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작업을 마친 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계량은 정상적으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반죽 총량이 예상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 계산 실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합표를 다시 확인해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팀장님도 여러 번 확인했다.

"재료 다 넣은 거 맞지?"

그때마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분명 계량도 했고 작업 과정에서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틀린 사람은 나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제품이 튀겨지고 난 뒤였다.


BP 대신 BS를 넣은 날, 찹쌀도넛이 알려준 것

평소와 다른 찹쌀도넛

튀김 작업이 시작되자 평소와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온도에서 작업했는데도 도넛 표면의 색이 유난히 빨리 올라왔다. 보통은 노릇한 황금색이 올라오는 시점이 있는데, 이날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색이 진해졌다. 조금만 더 튀겨도 검게 보일 정도였다.

내부 색상 역시 평소보다 진하게 나타났다.

처음에는 튀김 온도를 의심했다.

기름 온도가 높았던 것은 아닐까, 작업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원인을 확인해 보니 예상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

베이킹파우더(BP)를 넣어야 하는 반죽에 베이킹소다(BS)가 들어간 것이다.

그때까지는 둘 다 팽창제이니 어느 정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재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제품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베이킹파우더와 베이킹소다는 무엇이 다를까?

제과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BP와 BS를 비슷한 재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둘 다 반죽을 부풀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성과 작동 방식은 다르다.

베이킹소다는 탄산수소나트륨으로 이루어진 단일 성분의 팽창제다. 산성 재료와 만나야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며 본격적으로 반응한다.

반면 베이킹파우더는 베이킹소다에 산성제와 전분이 함께 들어 있는 형태다. 자체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보다 안정적인 팽창력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케이크나 머핀, 도넛처럼 일정한 품질이 필요한 제품에는 베이킹파우더가 많이 사용된다.

반대로 베이킹소다는 쿠키나 프레첼처럼 색상과 풍미를 조절하는 제품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찹쌀도넛은 왜 빨리 갈색으로 변했을까?

실수 후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색상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갈색이 나타났고 일부 제품은 정상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진하게 착색되었다.

원인은 베이킹소다가 가진 알칼리성 성질에 있었다.

제과 제품이 갈색으로 변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마이야르 반응이다. 반죽 속 당과 단백질이 열을 받으면서 발생하는 화학 반응으로, 빵과 쿠키의 색과 풍미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알칼리성 환경에서는 이 반응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된다.

베이킹소다가 들어가면서 반죽의 pH가 높아졌고, 그 결과 마이야르 반응이 평소보다 빠르게 일어난 것이다.

실제로 제과에서는 제품의 색상 조절을 위해 pH를 관리하기도 한다. 같은 배합이라도 알칼리성이 강해지면 색이 진해질 수 있고, 반대로 산성 환경에서는 갈변 반응이 상대적으로 억제된다.

실제로 프레첼이 특유의 진한 갈색을 띠는 이유도 알칼리성 환경과 관련이 있다.

당시 찹쌀도넛이 유난히 빨리 색이 난 이유 역시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었다.


내부 색상까지 달라진 이유

겉면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도넛을 잘라보니 내부 색상도 평소보다 어둡게 보였다.

처음에는 덜 익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부 상태는 정상적이었다.

베이킹소다는 사용량이 많거나 충분히 중화되지 못하면 반죽의 색상과 조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당류가 포함된 제품에서는 갈변 반응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결국 겉면과 내부 모두 팽창제 하나가 바뀌면서 생긴 결과였던 셈이다.


그날 이후 생긴 습관

그전까지는 BP와 BS가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둘 다 팽창제니까 어느 정도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통해 확인하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몇 g 차이의 재료가 제품의 색상과 향, 조직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사건 이후 작업장에서는 BP와 BS를 더욱 명확하게 구분해 보관하게 되었다. 통의 위치와 표시 방법도 다시 정리했다.

나 역시 작업 습관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내가 계량했으니 맞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가장 먼저 배합표와 계량 기록부터 다시 확인한다.


반죽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제과 작업은 경험이 쌓일수록 익숙해진다.

하지만 익숙함은 때때로 방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죽은 작은 차이도 결과물로 그대로 보여준다. 계량이 틀렸는지, 재료가 바뀌었는지, 작업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결국 완성된 제품이 답을 알려준다.

그래서 지금도 반죽 작업을 할 때면 그때의 찹쌀도넛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당황했던 실수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제과를 배우는 과정에서 얻은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였다.

그날 이후로는 반죽 총량이 예상과 다르거나 제품 색이 평소와 다르게 나오면 가장 먼저 배합표와 계량 기록부터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쩌면 그 습관은 그날의 찹쌀도넛이 만들어 준 것인지도 모른다.

BP와 BS를 잘못 넣었던 단순한 실수였지만, 그 경험 덕분에 팽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고 반죽 작업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지금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반죽을 점검할 때면 그날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결국 제과에서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수의 원인을 찾아 다음 작업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날의 찹쌀도넛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덕분에 나는 조금 더 꼼꼼한 제빵사가 될 수 있었다.

반죽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반죽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출근과 발효 사이, 오늘도 우리가 몰랐던 빵 이야기를 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