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 제빵사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5가지, 나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제빵실에 첫 출근하던 날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혹시 늦을까 봐 약속 시간보다 한참 일찍 도착했다. 아직 문도 열리지 않은 매장 앞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데 출근하던 선배 한 분이 나를 보더니 같이 들어가자고 했다.
그렇게 처음 제빵실에 들어갔다.
유니폼을 받고 갈아입은 뒤 직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첫날이라고 해서 특별한 일을 맡은 것도 아니었다.
거의 하루 종일 선배들 뒤를 따라다니며 작업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반죽을 하면 옆에서 보고, 오븐에 제품을 넣으면 또 옆에서 보고, 크림을 만드는 것도 그저 따라다니며 배우기만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바쁘게 움직이는 선배들 사이에서 혼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설거지를 했고, 바닥에 밀가루가 떨어져 있으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했다.
도움이 되고 싶었다기보다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불편했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신입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나 여러 파트를 맡아보고, 실수도 하고, 선배들에게 혼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돌이켜보면 신입 시절 가장 많이 했던 실수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빵실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1. 계량은 몇 g 차이도 괜찮지 않았다
신입 때는 몇 g 정도 차이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빵은 생각보다 훨씬 정확한 작업이었다.
한 번은 계량을 잘못해서 반죽을 처음부터 다시 만든 적이 있었다.
몇 g 차이였지만 그대로 제품을 만들 수 없는 상태였다.
재료를 다시 계량하고 처음부터 반죽을 다시 만드는 동안 선배들은 아무 말 없이 다음 작업을 이어갔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저울은 믿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지금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는 마지막까지 계량을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남아 있다.
2.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처음으로 혼자 파트를 맡았던 날도 잊을 수 없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선배들이 하는 일을 보면서 '생각보다 금방 배우겠다.'라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전혀 달랐다.
나는 시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분명 얼마 작업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선배들은 보통 두 시간 정도면 끝내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나는 네 시간, 다섯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계속 확인하고, 혹시 빠뜨린 것은 없는지 다시 보고, 선배에게 물어보고 또 확인하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작업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보는 거랑 직접 하는 거랑은 정말 다르구나.'
그날 이후로는 선배들이 빠르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원래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해서 익숙해진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됐다.
3. 오븐은 예열만 켜두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장 크게 혼났던 실수는 오븐 때문이었다.
하드 계열 빵을 굽는 날이었다.
반죽에 칼집을 넣고 스팀도 정상적으로 줬다.
이제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
오븐의 실제 온도가 목표 온도까지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넣은 것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원래라면 강한 오븐 스프링으로 칼집이 시원하게 벌어져야 하는데 빵은 충분히 부풀지 못했고 볼륨도 부족했다.
제품을 확인한 선배가 빵을 보더니 말했다.
"이거 왜 이래?"
나는 작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온도를 충분히 못 올렸습니다."
선배는 바로 반죽 파트를 불렀다.
"반죽 다시 쳐. 이거는 못 나간다."
내 실수 하나 때문에 반죽 파트는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했다.
반죽을 담당하던 동료는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깊은 한숨을 쉬며 작업대로 돌아갔다.
그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빵을 망쳤다는 사실보다 내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더 미안했다.
그날 이후 선배는 한동안 나만 보면 웃으며 말했다.
"온도 확인했어?"
그때는 괜히 민망했고 또 실수할까 봐 긴장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 덕분에 가장 좋은 습관 하나가 생겼다.
지금도 오븐 앞에 서면 가장 먼저 온도부터 확인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4. 가마 파트가 먼저 퇴근하는 이유를 직접 해보고 알았다
신입 때는 가마 파트가 다른 파트보다 항상 30분 정도 먼저 퇴근하는 것이 부러웠다.
'왜 저 파트만 먼저 가지?'
솔직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직접 가마를 맡아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가마 앞에서는 제품이 들어가는 시간과 나오는 시간을 계속 계산해야 했다.
오븐이 비는 시간 없이 다음 제품을 준비해야 했고, 하나만 늦어져도 뒤의 생산이 줄줄이 밀렸다.
그제야 알았다.
가마 파트는 편한 자리가 아니라 생산 전체의 시간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것을.
그 이후부터는 내 작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흐름을 먼저 보게 됐다.
5. 작은 과정 하나가 고객의 평가를 바꿀 수도 있었다
크림빵을 생산하는 파트를 맡았던 적이 있었다.
크림은 충분히 교반해서 균일한 상태를 만든 뒤 주입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조금 덜 섞여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제품이 출고된 뒤 크림 상태가 일정하지 않다는 고객 의견이 들어왔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제빵에서는 작은 과정 하나도 그냥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고객은 우리가 얼마나 바쁘게 일했는지 모른다.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고객이 보는 것은 오직 완성된 제품 하나뿐이다.
그 이후부터는 어떤 작업이든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
지금도 오븐 앞에서는 신입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경력이 쌓였다고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긴장되는 순간이 있다.
특히 하드 계열 빵을 오븐에 넣을 때면 신입 시절 그날이 문득 떠오른다.
그래서 지금도 오븐 앞에서는 가장 먼저 온도를 확인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내 실수 하나 때문에 동료가 반죽을 다시 만들던 모습과 한숨을 쉬며 작업대로 돌아가던 뒷모습이 아직도 기억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신입이 들어오면 예전의 내 모습이 자꾸 보인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눈치를 보고, 괜히 설거지와 청소를 찾아다니는 모습까지도 닮아 있다.
그래서 예전처럼 무조건 혼내기보다 먼저 이유를 설명해 주려고 한다.
나 역시 그렇게 하나씩 배우며 지금까지 왔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신입 시절의 실수들은 부끄러운 기억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값진 수업이었다.
그날 폐기된 빵은 사라졌지만, 그날 배운 습관만큼은 지금도 남아 있다.
출근과 발효 사이, 오늘도 우리가 몰랐던 빵 이야기를 굽습니다
'빵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팔리지 않은 빵은 어디로 갈까? 제빵사가 본 재고 빵의 진짜 이야기" (0) | 2026.06.24 |
|---|---|
| 빵집 빵은 정말 다 직접 만들까? 냉동생지와 직접 반죽의 차이 (0) | 2026.06.23 |
| 베이글을 물에 데치는 이유, 직접 만들어보니 알게 된 점 (0) | 2026.06.19 |
| 소보로빵은 왜 먹을 때마다 가루가 떨어질까? (0) | 2026.06.18 |
| 같은 레시피인데 왜 다를까? 제빵사가 말하는 반죽 컨디션의 비밀 (0) | 2026.06.18 |